김세라 광주흥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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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다다르며 제 인생을 되돌아볼 시간이 많아졌어요.
항상 후회했던 점은 제가 참 멍청하게도 수동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 정도일까요. 학창 시절 때는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일찍 집에 와서 밭일, 축사 관리하고 20살이 되자마자 서울로 올라와서 바로 직장에 다니며 일을 하고 20대 초반의 첫 연애가 되고 두 아들을 키워 가정주부의 현재까지 무엇하나 제가 원해서라기보다는 다들 그렇게 사니까 산 것 같더라고요.

1. 매일 현관문만 바라보던 삶

특출난 특기, 취미 하나조차 없었기에 남편과 두 아들을 보필하고 내조하는 것만이 제 삶의 전부였어요.
누구는 지루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저는 평온하고 늘 같아서 좋았거든요.
근데 아이들도 다 크고 남편도 바빠지더니 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가끔은 일찍 들어오라 부탁하기도,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한참을 부탁해서 외식을 하게 된 저녁. 자연스럽게 남편 차 조수석에 탔는데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조수석 바닥에 물건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화장품이나 머리끈 같은 것은 아니었고 무언가가 묻어있는 면봉이길래 뭔가 싶어서 살펴보니 립스틱을 닦은 흔적이 있는 면봉이더라고요. 귀나 코를 파다가 피가 묻은 건 아닐까 손으로 쓱쓱 닦아봤는데 얼마 되지 않은 듯 손에 빨간 자국이 묻어났습니다.

2. 인간에게 길러진 코끼리

평생을 인간에게 길러진 코끼리는 분명 자신의 힘이 더 세다는 것을 알아도 반항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마치 제 모습과 다를 것이 없었습니다.
남편이 분명 외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오감으로 느껴지는데도 생활력이 없어 반항조차 할 수 없는 저와 이미 장성해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지만 집안에 크게 관심 없는 아들 둘까지 제가 말이용 가능한 상대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친정 식구들에게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니가 돈 버는 재주도 없으면서 어쩌게, 이제 와서 홀로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남자는 다 그러니까 한 번만 참아. 등 부정적인 이야기만 들려왔습니다.
그런 저에게 용기를 준 것은 자주 보는 SNS의 인스타툰이었어요.
제가 노동, 근로를 하며 직접적으로 수익을 발생시키진 않았지만 20년간 성실하게 가정주부를 한 것으로도 재산 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죠.

3. 내가 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 50이 넘어서 혼자서 살 수 있을까 내가 무엇을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온갖 걱정이 다 들었지만 지금과 다르지 않은 삶일 것 같더라고요. 언제나 저는 집에 혼자 있었으니까요. 그 생각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사설탐정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이혼소송에서 재산 분할을 받고 승기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명명백백한 증거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어느 정도 비상금이 있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들키지 않고 확실하게 증거를 수집해 줄 실력이 있는 사설탐정 맡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넘치는 게 시간이니 스마트폰으로 온갖 내용을 집어넣어서 검색해 본 결과 사설탐정이라는 곳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사 자격증도 믿음직스러웠지만 무엇보다 전직 경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여기에 부탁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4. 사설탐정과 함께

처음 문의를 드리고 사설탐정 직접 방문했을 때 엄청 긴장하고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지만 생각보다 친절하고 조곤조곤하게 상황을 잘 설명해 주셨던 것 같아요.
진행되는 절차이나 비용부분 등을 안내받고 충분히 납득한 뒤, 바로 진행을 부탁드릴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생각했던 불건전한 업도 아니었고 오히려 밝고 아늑한 분위기를 가진 사무실, 믿음직스러운 탐정님 덕분에 한결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답니다.

증거 수집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자주 만남을 갖는다는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타이밍이 좋았던 것일까요. 이미 외도 상대방은 주변 사람들에게 제수씨라고 불리는 수준이었고 오랜 시간 만남을 지속해 온 것 같았어요.
저와는 백화점에 같이 간 것이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인데 몇십, 몇백만원이라는 금액의 선물을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사주는 것을 보며 내가 인생 참 잘못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5. 결전의 날이 찾아오다

사설탐정 자료들은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 제가 따로 알아본 전문가와 소송 서류를 준비한 뒤 일찍 들어온 남편에게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것을 내가 알고 있고 당신과 더 이상 결혼을 지속하지 않고 싶다는 것을 말이죠. 또한 미리 준비한 재산 분할 내용과 합의이혼서까지 말이죠.

처음에는 본인 없이 제가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어디 해볼 수 있으면 해보라고 사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가 나이 50 넘어서 어떻게 생활 하겠다는 건지 알아서 잘해보라고 하더니 소장이 접수되고, 상간녀 소송까지 들어가니 그제서야 잘못했다 사과하더군요.
그리고는 하고싶은 거 다 해도 되고 명의도 바꿔줄 테니 본인 체면상 이혼만은 안 된다고 하답니다.
이런 사람과 죽을 때까지 살려고 했다니 제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던 거죠.

6. 고마워요. 내 인생을 찾게 해줘서

남편, 친정, 시댁,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 반대하는 것을 무릅쓰고 지금도 소송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사설탐정 마련해 준 증거가 완벽하다 보니... 아마 얼마 가지 않아 백기를 들겠지요. 제가 겁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찾아오지 않았을 거예요. 두 아들은 충격을 받긴 했지만 괜찮다고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반응이어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는 저만을 위한 삶을 살아보려고요. 새벽까지 무언가에 몰두해 보고 행복해서 미칠 것 같은 취미도 확인해 보고요. 사설탐정